Know`BiNote(樂談)

樂談-014 애드립은 어떻게 하나요?

musicanova 2010. 9. 24. 12:03

"애드립은 어떻게 하나요?"

"마음대로 하세요~!"


근래 국민소득 2만달러+ 주 5일제 시대에 맞춰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취미로 악기를 배우려는 분들이 많고, 어느덧 연주에 자신감(?)도 생기다보니 즉흥연주(improvisation)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욕구라고 하겠다.

 
즉흥연주는 현란한 기교와 감성, 논리(사상)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 실시간으로 창작, 연주되는 대중음악(재즈나 록음악)에 있어서 표현의 백미이다. 하지만 즉석에서 연주자의 음악성과 기교, 논리가 종합적으로 집약되어 새로운 선율을 창작하여 구현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 글을 어떻게 해야 -간단 명료하게- 이어갈지도 사실 고민이다)

뛰어난 연주가들(stylist)의 화려한 애드립 연주도 적지 않은 세월의 노력과 내공의 결합에 의한 산물이며 그것은 예술가가 기술자로서의 자격도 함께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상 레코딩의 현장에서도 편곡자나 디렉터가 해당 부분에 대해 주어진 화음과 분위기만 제시하고 전문 연주자(기술자)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해당 악기의 연주자가 그 악기(기계)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애드립(adlib)은 라틴어 '임의대로 자유롭게'(Adlibitum)의 준말이다.
'자유롭게' 라는 것은 '제한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광범위한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알맞는 말이다.
진정한 자유는 확실한 법 안에 있다」라고 했던가?
따라서 그 접근방법에 있어서도 어떤 방법이 정도(正道)다 라고 할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단계적 원칙으로 방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사항들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지침이기도 하다.)

 

음계연습과 동시에 계이름 부르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떤 길을 찾을 때 음이름은 위치정보, 계이름은 내비게이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실용음악에서는 계이름 부르기에 능숙해져야 한다. 색소폰 등의 이조악기들도 그렇지만 곡 상에서 조가 바뀔 때의 화음에 대처하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음이름 부르기는
논리적 분석이나 무조음악 외에 거의 활용빈도가 없다)
계이름부르기에 익숙해지면 주어진 화음에 적합한 음계(available note scale)를 숙지해야 하는데 그 음계들을 다 외우는 것보다 화음의 기능을 저해하는 회피되어야 할
음(avoid note)을 '순차진행의 약박에서 짧게' 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중요하다. 또 음계상의 회피음들은 대개 반음관계에서 발생하므로 이를 위한 접근 포인트는 먼저 5음음계(pentatonic)로부터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장르에 따르는 화음과 리듬파트의 분위기가 먼저 파악되어져야 한다.
'리듬을 탄다'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각 연주자들 간의 상호 교감(interactive)을 완성-애드립의 진정한 성취감(aura)-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화음악기를 포함한 리듬색션에
자신의 즉흥적 창의의 선율구조를 얹는다는 개념이 되어야 한다. 평상시에 가급적 많은 장르의 음악을 접하는 것(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처음에는 유명 연주가들의 음악을 채보하는 것으로 시작하되 단순히 애드립 멜로디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파트의 구조 속에서의 선율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즈에 있어서도 과거 스윙시대의 빅밴드, be-bop, cool jazz,  free jazz, fusion jazz 등 시대별로 분위기가 다르고 rock music에서도 (국적을 초월하여) 다양한 장르들이 혼
재되고 새로운 양상으로 태동하기도 한다. 어제 없이 오늘이 없듯이 가급적 많은 장르나 사조에 따르는 분위기에 익숙할 수록 자신감은 배가될 것이다.

 

악센트(accent)와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을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음에 변화와 표정을 준다.-세부적인 사항은 본 블로그에 별도로 언급
악센트(강조)는 곡의 프레이즈에서 규칙적인 구조로 된 주기성과 불규칙적인 구조로 된 분리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종류로는 세기(dynamic), 길이(agogic), 장식(embellished), 중량(weight), 화성적(harmonic), 박절적(metrical), 음고(pitch), 패턴(pattern)악센트의 8가지가 있다.(색소폰 등
처럼 화음악기가 아닌 악기들은 중량악센트와 화음악센트 제외)
아티큘레이션(분절법)은 한 프레이즈 내의 선율 을 보다 작은 단위로 구분하여 거기에 어떤 형과 의미를 부여하여 소리를 명확히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악상기호인 테누토(tenuto-충분히 늘여서), 스타카토(stacato-끊어서), 레가토(legato-부드럽게 이어서), 프레이징 마크가 그것들이다.

 

변주와 꾸밈으로부터 하여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처음에는 본 멜로디를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주는 장식적 변주(fake adlib)으로부터 시작하여 본 멜로디의 배경에서의 즉흥 조주(background adlib)를 거쳐 애드립 코러스를 독주로 즉흥연주(free adlib) 하는 단계적(step by step)으로 연습한다. 평상시에 악보 상에 기존의 멜로디를 변주(variation)시켜 적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효과적인 변주를 위해서는 먼저 비화성음의 종류를 숙지해야 하며 변주 방법에 있어서는 음의 당김(advance)과 지연(delay), 생략에 의한 긴장(easy style), 음을 쪼개 동음이
나 화성음으로 채움, 분할리듬을 재조직, 비화성음으로 장식(걸림음이나 보조음), 음의 생략이나 다른 음으로의 대체하는 것 등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혼재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다음은 위대한 재즈기타리스트 웨스 몽고메리(Wes John Leslie Montgomery)의 《A Day in the Life》의 애드립 부분으로 리듬을 분할하고 재조직한 예보이다.

 

 

 

 

 
멜로디를 꾸미는 것에는 프레이즈 도입부에서의 리드 인(lead-in), 휴지부(dead spot-긴 음표나 쉼표 부분)에서의 필 인(fill-in-선율적, 또는 리듬적으로 채우는), 프레이즈
끝 부분을 채워주는 테일(tail)이라는 형태도 있다. 

 

속주(빠른 연주)가 능사는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표현욕구를 그대로 담아낸다면 더할나위가 없겠지만 과도한 음의 쪼갬은 한계가 있고, 악기 자체의 제한으로 인해 전문 연주가라도 기교를 생각대로 고스란히 적용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대한 스타일리스트들은 운동체계의 동작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동작을 이끌어 내는 심오한 수준의 감각(심상)을 느끼는데 매진하여 최대한의 표현욕구에 근접시킨다고
한다. 결국 그것이 개성을 확립시키는 것이지만...

빠른 기교를 뽐내기 보다는 내용(음악의 깊은 구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흡(상대적 긴 음)과 스피드(짧은 음)의 조화의 안배가 중요하며 과도함은 미흡함 보다 못하다는 진리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
실제로 프레이즈 내의 음 길이는 최소 음표와
최대 음표의 차이가 3배를 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음의 세분화는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속주는 화려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정점)에서는 꼭 필요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연주자는 내용적으로 왜 속주를 해야 하는가 하는 목적과 당위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속주 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음 한음에 대한 의미이다.
참고로 MIDI에 의해 음을 기계적으로 세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라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배경(background)에서만 효과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어져야 한다.

 

애드립에도 형식이 있다.
재즈에서는 도입부(verse) 후에 테마를 반복(refrain)하며, 그 반복구를 즉흥연주로 채우기도 하는데(adlib chorus라고 한다) 여러 주자가 번갈아가며 애드립을 하기도 한다.

블루스 형식(blues form-12소절)으로 대표되는 고정화된 틀도 있지만, 무턱대고 음을 내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기승전결(起承轉結)의 형식적 원칙이 즉흥연주에서도 잘 조직되어야 한다. 관객들의 시선을 긴장감으로 꼭 붙들어 맬 수 있는...

 

 

▶  주어진 화음을 재배치(reharmonization)하고 음계도 바꿔본다. -사전에 약속되어야 할 사항
물론 본래 화음의 기능을 벗어나지지 않아야 하지만 대리화음 등을 통해 화음을 재배치하게 되면 그만큼 음계의 활용 폭이 넓어진다. 특히 단조의 경우, 단음계가 여러 가지가
있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증음정들 때문에 애드립 코러스에는 선법적(modal)으로 화음과 그에 따르는 음계로 변환시켜 애드립을 하기도 한다.

 

반복구를 만들어 보라

초보자들이 흔히 애를 먹는 소절을 세는 개념에 대해서는 대중음악에서의 반복구(ostinato, riff 등)들을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먼저 반복구의 2소절 테마를 만들고 그것을 반복하되 끝부분을 살짝 변형시켜 4소절을 만든다.(x+y) 이것을 그대로 반복하여 8소절로 만들 수도 있지만 8소절째 끝 부분(z)
을 반복이 기대되는 형태로 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아래의 예보(마이클 잭슨의 《beat it》)는 x+y 등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반복된 악구는 단지 한 음만이 있고, 없음의 차이지만 분명하게 통일성과 변화의 목적을 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반복구를 만들어 보고 그 위에 애드립 연주를 해보면 소절 감각을 익히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것이다.

 

 

※ '애드립을 어떻게 하느냐'는 처음의 질문에 대한 답, "마음대로 하세요~!"는 가장 간단하고도 명확한 답변이 맞다.
그러나 스타일리스트가 되려면 부단한 연습과 논리적 탐구, 내면의 완성을 통해 뚜렷한 개성을 확립해야 청자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