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BiNote(樂談)

樂談-010 멋진 연주를 위한 악센트

musicanova 2008. 10. 27. 17:00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 선배 연주인들로부터의 ‘간지가 어떻다’라는 용어를 들으면서 그 정확한 개념에 대해 궁금해 한 적이 있다.
간지(感じ)는 「느낌」을 뜻하는 일본어로 ‘세련된 표현(polished phrases)’, 또는 ‘멋진 연주’(insipid performance)이라는 뜻의 속어로 쓰이고 있다. 우리말에서도 '간드러진 멋'을 나타내는 ‘간지게...’라는 단어가 있지만(약간 다른 어원) 모두 표현에 있어서의 매력적인 특징(attractive features)을 일컫는 말이다.


연주인에게 있어 주어진 곡에 대해 올바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감정을 실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소망이지만 많은 연주인들은 그것을 테크닉의 범주에만 한정하여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연주의 기량을 물을 때 기교는 중요한 사항이지만 그것만으로 「감동적인 멋진 연주」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자기만족만이 아닌, 연주의 질을 높이면서도 관객과 같이 호흡하며 단조로움을 넘어 긴장과 이완을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악보로 나타내게 되는 셈여림과 아티큘레이션(스타카토, 레가토 등의 음 표정) 표시-실제로 멜로디와 코드로만 그려진 대부분의 시트악보에서는 그것마저도 표기되지 않지만- 외에 악센트들을 잘 이해하고 연주에 담아내면 훌륭한 표현으로 나타낼 수가 있다.

 

악센트(accent, 강조)는 곡의 프레이즈에서 규칙적인 구조로 된 주기성과 불규칙적인 구조로 된 분리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미국의 저명한 현대음악가이자 음악학자 「폴 크레스톤」(Paul Creston)은 자신의 저서 《리듬의 원리》에서 ‘악센트는 리듬의 생명이다’라고 했고 악센트의 타입과 그 강도는 작편곡의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연주에 있어서도 중요한 필수요소이다.

음악에 있어서의 악센트에는 다음과 같은 8가지의 악센트 종류가 있다.(음색 악센트는 생략)

1. 세기(dynamic) 악센트
2. 길이(agogic) 악센트
3. 장식(embellished) 악센트
4. 중량(weight) 악센트
5. 화성적(harmonic) 악센트
6. 박절적(metrical) 악센트
7. 음고(pitch) 악센트
8. 패턴(pattern) 악센트

 

위의 순서는 연주자의 입장에서 중요도 순서로 나열한 것이고 일부 악센트들은 여러 악기들을 위한 작곡단계에서 필요한 것들이지만 화음연주가 가능한 악기라면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는 악센트들이며, 각 악센트들은 혼재되어 함께 사용될 수도 있다.


연주라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 우선이기에 그 미묘한 감정까지 악보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다음의 악보들은 악센트의 유형별 예제들을 나타낸 것이며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원형
다음의 원형악보는 4/4박자 8비트(한 마디를 8등분)의 곡에서 한 마디를 3+3+2로 불규칙하게 재조직한 것이다. 이러한 불규칙 분할은 그 자체가 음형적 악센트를 가지고 있기에(3개) 단조롭게 연주된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긴장감을 내포하고 있다.


아래의 악보들은 원형 악보에 대한 각 악센트들의 적용 예보들이다.

 

 

1. 세기(dynamic) 악센트
가장 보편적인 악센트로서 어떤
음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연주하여 강조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예상외의 부분에서의 상대적인 약함도 긴장감을 유발한다.


 

2. 길이(agogic) 악센트
음을 상대적으로 길게 하여 강조하는 악센트로서 어떤 악기에서도 선율연주에 매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아래의 악보 예는 지연(delay)과 당김(advance)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둘은 당김음(syncopation)이라고 하여 재즈연주에 있어서의 특징적인 요소이다.이 악센트는 속도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주어진 템포와 박자의 구조에서 음의 길이를 바꾸게 되면 상대음의 길이는 반대로 커지거나 줄어들게 되는 제로섬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기에 정확한 템포감각이 유지되어야 한다.

 

아고긱 악센트의 효과적인 연습방법은 정확한 템포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메트로놈을 켜고 마디를 넘을 때이거나 박절의 분할 포인트에서 그 곡의 단위 박(예들 들어 8beat, 16beat, bounce beat)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다.

 

 

3. 장식(embellished) 악센트
꾸밈음, 트릴, 선타음, 모르덴트, 혹은 짧은 경과구 등을 통해 선율적 장식음을 통해 어떤 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장식음의 남용은 자칫 곡이 유치해질 수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


 

4. 중량(weight) 악센트
특정한 음에 많은 음을 부여해 강조하는 것이다.
 


 

5. 화성적(harmonic) 악센트
어떤 음에 불협화음을 부가하여 긴장감을 유발시켜 강조하는 것이다. 위의 중량악센트와 비슷하지만 위의 예보는 화성음을 중복했지만 여기서는 텐션노트를 중복했다.
 


 

6. 박절적(metrical) 악센트
일정한 규칙성을 갖는 부분-그런 이유로 각 마디의 첫 박 등에서-에 강조되어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게 한다.
 

 

 

7. 음고(pitch) 악센트
음높이에 의한 강조, 즉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은 음으로써 강조하는 것으로 이 악센트는 앙상블(합주) 차원의 작편곡의 기법이지만 악기에 따라서는 특정 음역 상에서 매력적인 요소가 있으므로 개별악기라고 하더라고 가치가 있다.
 

 

8. 패턴(pattern) 악센트
프레이즈에서 어떤 특정한 부분이 되풀이 되어 강조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보 ①은 원형 자체가 패턴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며, ②의 예보는 세기악센트와 대비되는 유려하게 반복을 확장시킨 것으로서 기본 코러스를 즉흥적으로 연주할 때 매력적인 방법이다.(8분음표로 기보되어 있지만 16분음표로서도 좋다)


 

※ 악센트들은 생색이 나도록(과하다 싶도록) 구사함과 동시에 적당한 제스처와 함께라면 시각적인 효과까지 부여해 감동을 배가시킬 수가 있다. 물론 자연스러워야 하지만 악센트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구사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몸 안에서 자연히 발생되는 덤이라고 할 수 있다.

 

※ 잘 다듬어진 연설이나 웅변가의 달변도 감동적이겠지만 생활 현장(비록 음지이더라도)에서의 구수하고도 넉살 좋은 입담이 때론 훨씬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처럼, 손가락 연주기교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나름대로 악센트들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연주의 참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