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BiNote(樂談)

樂談-007 두뇌와 음악적 창의력

musicanova 2008. 4. 14. 12:31

작곡가, 편곡가, 연주가들이 오랜 시간을 경험과 학습을 통해 풍성한 음악적 개념체계를 습득했다고 하더라도-학자들은 음악가들에 있어 최소 10년 동안은 연마해야한다고 한다- 막상 창작의 순간에서는 아이디어 빈곤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또 순간적으로 떠오른 악상을 스케치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다시 정리하려 할 때 스케치 당시의 감정이 아닌 낙서와도 같은 음표들의 나열만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그것은 곧 폭 넓은 음악적 개념체계가 확립되었어도-필수적인 것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감성 풍부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이번에는 음악에 있어서 두뇌의 역할과 생활 속에서 음악적 창의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좌뇌와 우뇌

인체에서의 두뇌는 마지막 미개척지로 불려왔지만 많은 뇌 과학자들과 신경학자들의 부단한 연구에 의해 이제는 지능지수도 인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였다.

뇌 구조에서 대뇌피질(gray matter)은 뇌의 대부분에서 여섯 개의 층으로 나뉘며 각 층마다 뉴런(neuron-세포체와 그것에서 돌출한 돌기를 합친 신경계의 구조적 기능적 단위) 기둥들이 벌집 모양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대뇌피질에는 촉각피질(=체성감각피질, somatosensory cortex), 시각피질(visual cortex), 청각피질(auditory cortex)이 있고, 그 가운데에서도 소리를 다루는 청각피질에는 귀와 고막, 달팽이관(=내이, cohlea-여러 겹의 3단 유모세포로 구성), 신경계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식별하는 1차 청각피질(primary auditory cortex)과 소리들 간의 관계를 감지하는 2차 청각피질(secondary auditory cortex)로 이루어져 뇌의 양 옆 측두엽(temporal)에 위치하고 있다. 또 각 측두엽 안에는 기억과 집중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이 부분의 기능이 흔들리면 조울증의 위험) 부위가 있다.
이러한 대뇌피질의 구조에서도 그 우반구를 우뇌, 좌반구를 좌뇌라고 하는데 이 둘은 뇌량으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 상보성(相補性)을 가지고 있다.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지배하며 왼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는 먼저 우외로, 반대로 오른쪽 눈으로 간 정보는 먼저 좌뇌로 들어가게 된다.

뇌의 기능에 대한 신경학적 많은 연구결과를 보면 좌뇌는 언어적, 논리적, 이성적인정보처리에 관여하고 우뇌는 비언어적, 직관적, 감성적인 정보처리에 관여한다고 한다.
이것은 좌뇌가 다양한 정보를 순차적(직렬-serial)으로 처리하는 디지털에, 우뇌는 여러 원소를 동시에 처리하지만 하나의 정보만을 처리하는 아날로그(병렬-parallel)에 비유될 수 있다. 수학이나 물리 문제를 풀 때 공식을 활용하는 것은 좌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지만 무엇을 식별하여 찾거나 멜로디나 분위기를 생각해 내는 것은 우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음의 인식에 있어서도 뇌의 좌반구는 (멜로디의) 리듬 패턴을 분석하는데 뛰어나며, 귀는 우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왼쪽 귀의 식별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음악훈련을 받으면 대뇌의 멜로디에 대한 우세가 우뇌에서 좌뇌로 이동한다고 한다.(좌우기능분화, lateralization)
이와 같은 좌반구의 기능 덕분에 전문음악가들은 짧은 단편들을 인식하고 음들의 높낮이가 화성적인 지각을 만들어 내는 것을 훨씬 잘 구별하여 멜로디에 대한 탁월한 기억력을 갖게 되고 논리적으로 주제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주어진 논리와 형성된 개념체계에서 어떻게 음악적 심상을 떠올려야 할까?



심상과 기억


심상(imagery-마음속 생각)이라는 것은 「외부 자극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지각과 인식」을 말하는 것이며 따라서 심상은 듣는다기보다는 느끼는 것이다.

두뇌의 정밀조사에 의하면 두뇌의 지각을 담당하는 부분(해마)에서 심상이 생겨난다고 한다. 시각적 심상이 떠오를 때면 대뇌피질의 시각영역이 반응하고 청각적 심상이 떠오를 때면 대뇌피질의 청각영역이 반응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인식의 방법은 ‘무엇인가를 해석하는 것’(act of construction)이며 결국 두뇌는 무엇을 인식함에 있어 그에 대한 예상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심상은 내면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기억(memory)으로부터 떠오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억에는 단기기억력(short-term)-활동기억력(working memory)이라고도 함-과 장기기억력(long-term memory)이 있고, 작곡가들이 작업을 하며 한 악절 내에서 음들을 변화시킬 때 사용하는 것은 단기기억력이다. 일부 작곡가들은 장기기억력에 의해 작품을 써내려가기 전에 머리 속에서 전체 작품을 고안할 수도 있지만 작곡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단기기억력이다.
단기기억력을 다루는 부분은 뇌의 전두엽(frontal)이다. 전두엽은 이마 뒤와 눈 위에 위치한 대뇌피질 부위로서 뇌의 다른 부위 기능을 조절하며 집중, 계획 등의 뇌 활동에 관여한다. 이 전두엽 기능에 따라 인간은 통상 한 번에 일곱 가지 정도의 일들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고 그 이상이 되면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장기기억력은 대뇌피질의 청각영역 아래쪽에 있으며 중간과 하부의 측두엽에 관련된 특별한 기관과 그 바로 아래의 해마(海馬, hippocampus-대뇌속에서도 대뇌변연계에 있으며 일명 취뇌[臭腦]라고 하고 냄새에도 영향을 받는다)
라는 조직에서 다뤄진다.
두뇌가 장면이나 소리, 또는 냄새나 감정들을 접할 때 그것들의 가장 심오한 관계를 분석한 후 결국 저장하는 것은 그 분리된 요소들끼리의 연관성이다. 나중에 뭔가를 기억하려 할 때에는 이런 연관성들을 일깨워 기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하나의 물체라기보다는 추상적으로 분류하여 기억하기 때문에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기억 능력에 있어서도 의미에 대한 기억(semantic memory-어떤 현상의 본질에 관한 것)과 사건에 대한 기억(episodic memory-발생한 일의 실례에 관한 것)이 있는데 의미에 대한 기억은 사건에 대한 기억의 토대가 되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려는 음악가는 반드시 의미에 대한 풍부한 기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음악에 대한 분석이나 음악이론의 학습이라는 기본 개념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를 청각적으로 정리하고 이것을 영상이미지로 잘 정리했을 때 그것은 곧 그 음악가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일종의 장기기억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바탕위에 서 어떠한 현상에 대한 심상을 떠올릴 때 바로 인식(recognition)과 재인식(re-cognition-두뇌가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 명확히 다른 것으로 지각하는 것)이라는 확인과정을 거치게 된다.

재인식이라는 것은 곧 분류과정(categorize)을 수반하는 것이고, 이는 사람마다 귀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감지하는 것과 인지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현상과도 같은 것이다.

 

영감


기억(전두엽과 해마)과 좌우 뇌의 분류과정을 통해 떠오른 심상이 알맞게 정의되고 작곡가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내면으로부터 구현했을 때 비로소 영감이 형성되며 이는 위에서 언급된 뇌기능에서 직관적이자 감성적인 우뇌의 자극에 의한 것이다.「영감」이란 보통 ‘자극하다’나 ‘동기를 부여하다’의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외부로부터 어떤 생각이 마음속으로 갑자기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에게서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오르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그 대부분은 작업하는 가운데 떠오르는 것이고, 스트라빈스키는 ‘영감은 노력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라고도 했다.
‘창의’라는 것은 ‘새로움’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는 논리(좌뇌)와 직감(우뇌), 섬세함(좌뇌)과 구상력(우뇌), 노력(좌뇌)과 영감(우뇌) 등, 좌우 양쪽 뇌가 균형 있게 발달시켜 긴밀하게 협동하여 상보성을 갖도록 하는 사고방법에 의한다.
따라서 이미 풍부한 경험과 학습에 의해 음악적 정체성(좌뇌)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우뇌를 발달시키기 위한 훈련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창의력 발달을 위해 평상시 어떻게 우뇌를 훈련시켜야 할까?

 

창의력 훈련


창조력과 기획력의 근원이며 기억을 단기 보존하는 전두엽의 활동기억력(walking memory)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두엽의 (단기 기억) 능력을 높이고 해마(장기 기억)를 활성화시키는 두 가지 전략 모두가 필요하다.
그것은 체험과 탐구자세로 요약될 수 있는데, 여러 감동체험들(여행, 음악이나 영화감상, 독서, 성취감 등)은 A10신경(뇌간의 중뇌에서 전두엽까지 뻗어 있는 일명 '쾌감 하이웨이')의 활동을 높여 전두엽의 체험기억들을 가동시켜야 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탐구자세에는 이론과 체험 외에도 다음과 같은 창의력 발달을 위한 일상적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 이미지 트레이닝

한 번에 전체를 볼 수 있는 사고와 안목을 가져야한다.(시각적 전략)
또 실제의 경험을 위해 
현장답사와 여행도 중요하고, 기존의 영화 장면에서 나름대로의 BGM(배경음악)을 구성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마음의 지도(mind map) 훈련
읽고 분석하고 기억하는 모든 것을 마음속에 지도를 그리듯 사고하는 훈련법을 말하는 것으로, 구성 개체의 단편 만을 기록하는 것보다는 입체적, 회화적 감각 등을 종합하여 저장한다.

▶ 공상과 상상력
심상이나 사물을 패턴화 시킨다. 감수성에 의한 발상은 대개 경우 순간적인 패턴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 객관적 사고와 대비
애매모호한 것(여러 정답)을 수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본다. 심지어 질문 자체도 바꿔보고,  반대로 이질적인 것의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한다.

SCAMPER(스캠퍼, 發想法-아이디어창출을 위한 방법)
Substitute: 다른 것으로 대치
Combine: 다른 것을 첨가하여 결합
Adapt: 다른 상황에 적용하거나 응용
Modify: 외형적 형태의 변화와 수정-작게와 크게, 가볍게와 강하게, 짧게와 길게, 얇게와 두껍게 등
Put to Other uses: 다른 용도로 사용
Eliminate: 제거
Rearrange: 재구성과 재배열

위에 열거한 사항 외에도 뇌라는 것은 스스로 젊어지지 않기 때문에 뇌 건강을 위해
평상시 건전한 생활습관(대화, 금주, 금연 등)과 운동을 통해 뇌세포의 퇴화를 지연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필수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