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BiNote(樂談)

樂談-003 독보력

musicanova 2007. 11. 11. 10:36
초견(初見; at first sight 또는 prima vista)연주, 즉 악보를 보고 연습 없이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쉽지 않다.
독보력(악보는 읽는 능력)은 연주의 숙련도와 직결되는 것이지만 해당 장르나 스타일을 정확하게 인지하여야 하고 음악지식(이론)의 유무, 고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연주자들마다 엄청난 능력차이를 보이니까...

소리라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기 때문에 악보라는 것은 일종의 통일규격(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또 악보에다가 들리는 것의 모든 요소를 나타낼 수도 없다.

과학적인 근거에 의하면 악보의 인지는 두뇌의 체성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신체 각 부분으로부터 올라오는 감각을 해석함)과 시각을 통해 좌측 두정피질(parietal cortex; 보고 듣고 만져서 얻은 정보들이 집결되는 곳으로 대체로 팔과 손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들을 가지고 있음)을 통하여 동작이 제어되는 것(연주)이다.
연주자가 곡 하나를 연습해서 거의 자동적으로 연주를 하는 정도가 되는 것은 이러한 메카니즘에 따라 몸이 인식한 정보에 대하여 특정한 반응을 하도록 자신의 운동신경계를 조율해놓은 덕분이다. 연습을 통해 얻어진 숙련도라고 할 수 있는...

또 우리의 시각적 한계는 좌우로 200도 가량, 상하로는 그에 조금 못미치는 반원형의 시야에서 사물에 반사되는 빛을 받아들이는데, 특히 망막 중심의 작은 점 황반(fovea)에 있는 감광세포들 덕분에 사물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시야에서 황반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저 5도 가량이고 망막의 나머지 부분들은 그저 그저 흐릿한 외형만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연주자가 악보를 보통 책 읽는 거리에서 읽는다면 황반이 감지하는 영역은 지름이 2~3센티미터 정도로서 단일보표의 한 마디 정도이다.
피아노 악보처럼 2단의 큰보표일 경우 위에서 아래로 오가며 악보를 읽을 경우는 두 박자(반 소절)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개별 음표에 관해서도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견으로 가능한 최단위의 음표는 한 박 4분음표를 기준으로 256분음표(음표의 꼬리가 5개)까지라고 한다.

전에는 눈이 한 마디에서 다음 마디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믿었지만 연구 결과 전혀 그렇지 못했으며 대신 눈은 곡의 전개상 중요한 전환점들만을 훑으며 음악의 구조를 따라가게 된다.
이는 다른 모든 시각활동에서와 마찬가지로 뭔가를 보고 있을 때에도 시선의 움직임은 시야에 들어오는 부분 중 아무 곳이나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며 어떠한 의도하에 움직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보를 한 번만 쳐다봐도 어떤 것이 필요한지 예상할 수 있고, 두뇌는 그 예상을 십분 활용하여 망막속의 황반이 다음에는 어떤 곳을 봐야 가장 좋을지을 결정하게 되는데 악보를 잘 보는 사람들은 악보의 음표를 일일이 보지 않더라도 그 곡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바로 잡아내고 쉽게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음악을 능숙하게 이해하는 능력은 악보를 빨리 읽는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악보를 능숙하게 읽는 능력이 두뇌에서 예리한 청각적 심상을 떠올리는 능력과 결합되면 악보를 보면서 음악을 연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 두뇌의 청각적 심성을 형성하는 것이 반복적인 연습과 음악적 지식(이론습득, 장르이해와 감상, 경험)이다. 여기에다 영감을 실어 감정을 나타낸다면 진정한 초견 연주의 가지게 될 것이다.
감정을 나타내는 요소로서는 아고긱을 포함한 악센트, 아티큘레이션, 피그레이션, 셈여림, 발음색깔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데 전문악기가 아니더라도 스케일에 따르는 운지의 숙련도에 따라 초견으로 연주가 가능한 경우 두뇌의 청각적 심성이 음악 전반에 걸쳐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음악적 기본지식이나 이해 없이 무조건 테크닉적 연습만을 한 연주인들(예전에 그룹사운드 연주인들에 꽤 많았음)을 볼 때 일견 화려보이고 원 곡을 그대로 연주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내용면에서 깊이 들여다 보면 단순카피 이외에 볼 것이 없고 의외로 그런 사람들의 상당수가 악보를 못 본다는 것이다.

슈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악보를 보지 않고도 음악을 이해하고, 음악을 듣지 않고도 악보를 이해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연주자이다. 악보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듣고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음악을 듣지 않고 악보만 보고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위의 모든 내용들을 함축적으로 요약한 매우 적절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