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의 시대성과 사회적 역할
대중가요의 노랫말(歌詞- words of a song, lyrics, lyric lines)은 ‘유행가’라는 별칭대로 그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 대부분이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것이지만 그시대의 정치, 사회 전반의 관심사(Issue)에 대해 도덕성이나 가치관의 메시지(사상과 비전)를 사랑과 이별, 또는 자연이라는 상징적 어휘로 빗대거나 형상화하여 노래로서 나타내기도 한다.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직접적일 수도 있으나 대중들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의 수사법(修辭法)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해학(諧謔, humorous)과 풍자(諷刺, satire)로서 구사되기도 한다.(풍자를 할때에는 구체적 사실을 나타내는 단어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중가요는 대중의 희로애락을 대변함은 물론, 사회계도와 계몽,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역할도 가지고 있어야한다.
[예-1] 해학에 의함
앞집의 큰애기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아 - 어허야 데해야 내사랑아
달뜨는 동산엔 달떠야 좋지만
이내 몸 달뜬 것은 쓸곳이 없구나.
[예-2] 《새야 새야》-미상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 1893년 전봉준의 동학란에 민중들간에 불려진 노래로서 ‘새’는 민중을, ‘녹두’는 전봉준을 가리키고 있다.
[예-3] 《허공》-정욱(정풍송)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옛이야기
스쳐버린 그날들 잊어야할 그날들
허공 속에 묻힐 그날들.
※ 80년대 초의 격변기에 민주화의 열망이 좌절된 것에 대한 작가의 아쉬움이 풍자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노랫말은 사회적 가치관도 중요하나 노랫말에도 문학성(예술성)이 있어야 하며 건전가요같은 경우는 특히 서정성이 결여되면 안된다. 예컨대 초기가요 《학도가》(계몽가요)는 좋은 문장이지만 문학성이 결여되어 좋은 노랫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같은 시대의 같은 다절가요인 《타향살이》는 서정성이 풍부해 좋은 노랫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예-1] 《학도가》- 미상
청산 속에 묻힌 옥토
갈아야만 광채나네
낙낙장송 큰 나무도
깍아야만 동량되네.
[예-2] 《타향살이》- 김능인
1.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나 십여년에 청춘만 늙어
2. 부평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3.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호드기를 꺽어불던 그때는 옛날
4. 타향이라 정이들면 내고향 되는 것을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
한편 노랫말은 언어구사에 있어서 보편성(대중성)을 벗어나서도 안된다. 음악(노래)은 그림이나 시(시각적)와 달리 청각적이자 시간적 예술이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듣는사람(聽者)이 쉽게 이해되도록 해야하는데 ‘쉬워야 하는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 노랫말 요소의 상호관계
노랫말은 시의 시각적 요소(메세지)와 음악이라는 청각적 요소(운율), 노래(가창)의 관계 모두가 상호 연관되어야한다.
시와 같은 문학성과 서정성은 내포되어야 하지만 언어의 구사에 있어서는 시와 달리 운율상 부딪치는 부분은 피하도록 해야한다. 곡의 정점에 ㅆ등의 된소리나 받침자가 놓이는 것은 피해야 하고 특히 긴소리에 받침이 있는 언어의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음(성대의 진동을 받은 소리가 목, 입, 코를 거쳐 나오면서 장애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등)을 배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시의 구분
1. 서정시: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시.
2. 서사시: 역사적 사실이나 신화, 전설, 영웅의 사적 따위를 서사적 형태로 쓴 시.
◇ 시의 형태
1. 정형시(定型詩): 일정한 형식과 규칙에 맞추어 지은 시. 우리나라의 시조, 한시(漢詩)의 절구와 율시, 서양의 ‘소네트’ 따위이다.
2. 자유시(自由詩): 정하여진 형식이나 운율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루어진 시.
※ 자유시 보다는 정형시가 멜로디화 하기가 쉽다. 참고로 전통가요(trot)의 운율은 다음과 같다.
3 / 3 / 4
3 / 3 / 4
4 / 4 / 3(5)
3 / 3 / 4
◇ 시와 노랫말
시는 배음적(背音的)인데 이것은 노래로서의 음악적 운율과 형식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말과 노랫말의 관계로 보았을 때 노랫말은 문자로서만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말 이상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어휘선택에 있어서 심사숙고해야 한다.
◇ 어휘(語彙)의 선택
1. 감각적으로 신선해야한다.
2. 부드러워야 한다. 이것은 음악적 선율과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이다.
3. 발성상으로도 유연해야한다.
4. 이미지가 같은 말끼리의 융화와 조합을 늘 생각한다. 이것은 감각적으로 신선해진다.
이미지가 같은 말들의 예
․ 눈, 눈동자, 눈빛, 시선, 눈망울, 눈길, 눈시울, 눈자국 등
․ 끝없이, 한없이,영원히, 힘없이, 다함없이, 수없이 등
․ 야위다, 메마르다, 수척하다, 앙상하다, 초췌하다 등
․ 잎, 잎새, 이파리, 잎사귀 등
․ 약속, 언약, 약조 , 기약, 맹세, 기약 , 다짐 등
※ 과거의 가요에서는 수사법의 활용과 서정성을 중심으로 함축과 간결, 일정한 형식과 규칙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음악장르(rock, hip-hap 등)나 댄스음악의 유행에 따라 보다 직설적이고도 나열식의 노랫말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도 많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휘의 선택에 소홀해서는 안되며 외설적 표현이나 폭력성 언어 등 자극적인 어휘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 노랫말과 음악
가사는 시와 달리 반드시 음악적 선율과 결합되었을 때, 또 그것이 절묘하게 조화되었을 때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된다.
이것은 작곡가와의 동반자적 협력관계(partnership)과도 관련되는 것으로서 작곡가가 노랫말이 담고 있는 사상과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 처럼, 작사자도 음악의 구조적 형식이나 선율학적 요소, 각종 음악장르들을 가급적 많이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과거에는 작사, 작곡, 가수의 역할이 분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근래들어서는(70년대 이후) 포크음악의 발전으로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가수가 작사나 작곡 등 노래의 창작까지 담당하는 것)에 의한 제작이 많아졌고, 프리스케일(free scale -이미 지어진 노래의 선율에 따라 알맞게 노랫말을 붙이는 것)에 의해 노랫말이 만들어지는 경우(특히 댄스음악 경우)도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들이 권장사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가사와 음악의 분위기(감정)를 일치시키는데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 노랫말의 전개방식
1. 노랫말은 원칙적으로 주제를 정해놓고 풀어가는 형식을 취한다. 아울러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으로 나타내야 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2. 기승전결(起承轉結)에 의한 전개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민요처럼 처음부터 강하게 전개시킬 경우도 있다.
3. 반복적(反復的, repeat) 전개나 은유와 같은 묘사의 테크닉, 즉 수사법(修辭法)이나 비유법(比喩法)의 적절한 혼용과 말의 접합은 메시지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으며 노랫말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예] 《모두가 사랑이예요》-이주호
2절 모두가 이별이예요 따뜻한 공간과도 이별
수많은 시간과도 이별이예요 이별이예요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오네요
이것이 슬픔이란 걸 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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